영화, 다른나라에서
< 다른나라에서 >
줄 거 리
세 명의 안느가 <다른나라에서> 머문 신비로운 날들
모항이란 해변 마을로 어머니(윤여정)와 함께 빚에 쫓겨 내려온 영화과 학생(정유미)이 불안해서 시나리오를 쓴다.
안느라는 이름의 세 여인이 등장하고, 그들은 차례로 모항으로 내려온다.
첫 번째 안느는 잘 나가는 감독이고, 두 번째 안느는 한국 남자를 비밀리에 만나는 유부녀이고,
세 번째 안느는 한국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이혼녀이다.
모항 갯벌 앞에는 한 펜션이 있고, 그곳엔 주인부부를 대신해 펜션을 지키는 딸이 있고,
해변 쪽으로 가면 항상 해변을 서성이는 안전요원이 있다.
안느들은 모두 이 펜션에 숙소를 정하고, 그 펜션 딸의 작은 도움을 받게 되고,
또 모두 해변으로 나가 그 안전요원을 만나게 된다.
PRODUCTION NOTE |
여름의 시작, 다른나라에서. 여름 바다 바람이 느껴지는 부안의 풍경!
<생활의 발견>의 경주와 춘천, <해변의 여인>의 신두리, <밤과 낮>의 프랑스 파리, <잘 알지도 못하면서>의 제주도와 제천, <하하하>의 통영, <옥희의 영화>의 아차산, <북촌방향>의 북촌 등 홍상수 감독의 공간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의 신작에서 기대하는 것 중 가장 큰 궁금증은 ‘이번 촬영지는 어디일까?’ 일 것이다.
그의 13번째 작품은 전라북도로 갔다. 변산반도의 부안, 그 중에서도 작은 어촌 마을 모항에 소수의 스탭들(13명의 스탭과 외부협찬 분장, 의상 2명)이 모였다.
변산반도는 반도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갯벌과 바다를 마주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. 그 중에서도 변산반도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모항. 모항의 한 펜션으로 여름 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<다른나라에서>는 서해안 최고의 절경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, 극중 배경이 되는 모항의 소소한 풍경들을 통해 서해안 작은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.
특히 세 명의 안느가 찾던 작고 하얗고 예쁜 등대를 비롯해 우측으로 화살표가 난 갈래길, 모항 백사장 같은 배경들과 동네 마실 나오신 할머니, 등대 앞의 낚시꾼 아저씨 등을 통해 실제 모항 주민들의 삶이 꾸밈없이 드러난다.
모든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그래왔지만, <다른나라에서> 역시 기꺼이 촬영에 응하고 도움을 준 모항 주민들 덕분에 <다른나라에서>가 무사히 완성 될 수 있었다. |
< 다른나라에서 >
<다른나라에서>, 이 아름다운 영화를 비추는 세 개의 등대 |
첫 번째,‘신비한 영화 구조’라는 등대 그 중 딸(정유미)이 무료함을 견디는 방법으로 단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.
자, 이제부터 그녀의 단편 시나리오 속 인물들이 화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게 <다른나라에서>의 전체가 된다. 총 3부다(이 구조가 단순한 옴니버스가 아니라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. 이건 홍상수의 영화가 아닌가).
1부는 프랑스 감독(이자벨 위페르)과 그녀와 친분이 있던 한국 감독 종수(권해효)와 그의 아내(문소리)가 함께 휴양지에 놀러 오는 이야기다.
2부는 한 프랑스 여인(이자벨 위페르)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(문성근)을 만나러 휴양지에 오는 이야기다.
3부는 한국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이혼당한 프랑스 여자(이자벨 위페르)가 한국의 한 민속학자(윤여정)와 휴양지에 놀러 와서 종수 부부(권해효, 문소리)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.
그리고 세 개의 이야기에는 전부 해상 안전요원(유준상)이라는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.
1부에서는 프랑스 여인과 해상 안전 요원의 일화가 특히 애틋하고 2부에서는 꿈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현묘하기 짝이 없으며 3부에서는 무언가 해방의 기운으로 치닫는 그 느낌이 생생하다.
이 세 개의 이야기 구조가 서로 밀고 당기고 때로는 대칭과 비대칭으로 겹치면서 홍상수 영화 특유의 그 신비한 리듬과 긴장과 삶의 차이가 도드라진다.
두 번째,‘배우와 감독의 아름다운 조화’라는 등대
이자벨 위페르, 그녀는 이 영화에서 단 한 명의 존재가 아니다.
1부에서라면 그녀는 자애롭고 강인하면서도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인물로 보인다.
2부에서라면 그녀는 좀 귀엽고 사랑도 많고 애교와 신경질도 많은 여인이다.
3부의 그녀는 또 다르다. 어딘지 좀 백치 같기도 하고 불만에 가득 차 보이기도 하는 그녀는 지금 괴롭다.
이자벨 위페르는 이렇게나 변화무쌍하다. 여기에 이른바 홍상수의 친구들로 불릴만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.
<하하하>, <북촌방향>에 이어 최근 가장 주목해야 할 홍상수 영화의 페르소나 유준상은 허허실실 유연한 연기법으로 영화 내내 이자벨 위페르와 합을 맞춘다.
2부에 등장하여 위페르에게 뺨을 맞게 되는 문성근의 그 감각적인 연기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. 혹은 홍상수의 영화에 처음 출연한 권해효는 코믹한 연기를 담당하고 그걸 적절하게 끌어내는 것은 상대 여배우 문소리의 뛰어난 연기다.
그리고 도통 알 수 없는 기호인 것처럼 등장하는 정유미는 미스터리하기 짝이 없다. 여기에 윤여정과 철학자 김용옥까지 더해지면, 홍상수 영화의 가장 조화로운 자리의 가장 중심에는 늘 좋은 배우들이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. 거기에 또한 홍상수 영화의 풍요로움이 있다. 세 번째, ‘삶에 관한 성찰적이고 독창적인 질문’이라는 등대
대신 영화 속 주인공인 프랑스 여인은 해상 안전 요원을 붙들고 자주 이렇게 묻는다. “등대는 어디 있나요?”
<다른나라에서>를 보는 당신은 이 영화의 인물들이 끊임없이 무언가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거나 혹은 영영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.
그건 사람일 수도 있고 소주병일 수도 있고 우산일 수도 있다.
우리는 그 중에서 어쩌면 일부를 찾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못 찾을 지도 모른다. 그것들은 돌아올 때도 있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.
하지만 우린 서로의 삶의 차이를 인정하고 오로지 그 힘으로 나의 삶을 찾으러 다닐 뿐이다.
영화 속 스님의 말처럼 무엇인가가 무섭다면 그건 그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걸 무서워하기 때문이다.
홍상수는 신비하고 모험적인 영화 구조라는 첫 번째 등대를 사용하여, 배우들과의 조화로운 협연이라는 두 번째 등대를 사용하여, 그리고 마침내 이와 같이 삶에 관한 성찰적인 질문법이라는 등대를 사용하여 망망대해에 뜬 배와 같은 우리의 삶을 지금 비춘다. 홍상수의 열 세 번째 장편 영화 <다른나라에서>가 그로써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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포 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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